<바닷가 칼럼> 이재명 대통령, 아파트·부동산·농지 문제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야
아파트 한 채에 30년, 농지 한 필지에 100년의 세월이 쌓였다. 책상에서 몇 달 만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엄두호 논설위원 | 입력 : 2026/10/10 [01:23]
Ⅰ. 세 가지 큰 숙제, 성과만큼 위험도 크다
대한민국에는 세 가지 큰 숙제가 있다. 남북 문제와 교육 문제,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문제다. 어느 하나라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면 대통령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서두르면 오히려 국정의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이 문제들은 수십 년, 때로는 수백 년에 걸쳐 쌓였다.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국민의 삶과 재산, 미래가 얽혀 있다.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의지가 조급함으로 바뀌면 위험하다. 오랜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려는 욕심이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 사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Ⅱ. 부동산은 숫자만으로 풀 수 없다
아파트 한 채에는 한 가족의 30년 삶이 담길 수 있다. 농지 한 필지에는 여러 세대의 100년 역사가 쌓이기도 한다. 주거와 생계, 상속과 노후가 연결돼 있다. 국민마다 처한 사정도 다르다.
부동산 투기를 막고 시장을 안정시키는 일은 중요하다. 농지를 본래 목적에 맞게 이용하도록 관리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가격과 소유 면적, 법적 기준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농지 전수조사도 마찬가지다. 투기 목적의 농지와 상속으로 물려받은 농지를 구별해야 한다. 투기 목적의 방치와 고령화·인력 부족으로 불가피하게 쉬는 농지도 살펴야 한다. 기존 임대차 관행과 실제 농업 현장의 사정도 확인해야 한다.
정책의 취지가 옳다고 결과까지 옳은 것은 아니다. 조사 기준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면 선의의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 행정의 편의가 국민의 현실보다 앞서서도 안 된다. 대통령과 참모들은 정책의 명분뿐 아니라 현장에서 발생할 부작용까지 책임 있게 따져야 한다.
Ⅲ. 전국에 같은 처방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수도권은 주택 수요와 집값 상승이 문제다. 반면 일부 지방은 인구 감소와 빈집 증가가 심각하다. 수도권은 집이 부족하지만, 일부 지방은 집에 살 사람이 부족하다. 문제의 원인이 다른데 처방이 같을 수는 없다.
농지 정책도 지역별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투기 목적의 취득은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고령화와 인력 부족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운 현실도 살펴야 한다. 전국 공통의 원칙은 지키되, 구체적인 집행 방식은 현장에 맞춰야 한다.
중앙정부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실제 실태를 조사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주택 공급과 빈집 활용, 농지 관리도 지역의 여건에 맞춰야 한다.
지역별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정책을 현실에 맞게 설계하는 일이다. 현장을 모르는 획일적 정책은 행정력을 낭비하고 국민의 불신을 키울 수 있다. 대통령과 참모들은 정책 발표에 앞서 지역별 영향부터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Ⅳ. 대통령과 참모들은 지금 긴장해야 한다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부동산뿐만이 아니다. 일자리와 산업 경쟁력, 저출생과 지역 소멸, 교육, 외교와 안보도 중요하다. 한 가지 현안에 지나치게 매달리면 국정 전체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참모들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하는 것만이 참모의 역할은 아니다. 정책의 허점과 부작용을 먼저 찾아야 한다. 불리한 자료도 숨김없이 보고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대통령에게 속도를 늦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참모는 대통령을 돕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정책 실패는 단순한 행정 착오로 끝나지 않는다. 국민의 재산과 생활에 피해를 주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국정 동력도 약해진다. 대통령의 권위가 흔들리고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이 빨라질 위험도 있다. 한 가지 정책의 실패가 다른 국정 과제까지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대통령과 참모들은 지금 긴장해야 한다. 성
과를 서두르다가 신뢰를 잃는 일이 없어야 한다. 아파트 한 채에 30년, 농지 한 필지에 100년의 세월이 쌓였다. 남북 문제와 교육 문제도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다.
대통령은 조급함을 경계해야 한다. 참모들은 속도보다 완성도를 따져야 한다. 정책을 밀어붙이기 전에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부작용을 점검하고, 잘못된 부분은 과감하게 수정해야 한다. 국민도 단기 성과만 요구하기보다 정책의 방향과 결과를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신중함은 무능함이 아니다. 큰 문제일수록 서두르지 않고 제대로 풀어야 한다. 대통령의 진정한 성과는 정책을 얼마나 빨리 발표했느냐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얼마나 안정시키고 국가의 미래를 얼마나 튼튼하게 만들었느냐로 평가받는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할수록 참모들의 경고는 더 분명해야 한다. 정책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다. 그 신뢰를 잃으면 어떤 성과도 오래갈 수 없다.
- 어느 바닷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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