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울진군의원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하지 말자

- 돈과 마음의 상처 -

엄두호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6/09/20 [08:25]

<칼럼> 울진군의원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하지 말자

- 돈과 마음의 상처 -
엄두호 논설위원 | 입력 : 2026/09/20 [08:25]

울진군의회 청사 전경     

 

Ⅰ. 민생지원금의 목적을 생각하자

 

요즘 경북 울진 곳곳을 지나다 보면 많은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울진군의회의 추석 민생안정지원금 예산 삭감에 대한 내용이다. 울진군이 추석을 앞두고 군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려 했지만, 군의회 심의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

 

이에 대한 군민들의 아쉬움과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거리에서는 집회가 열리고, 현수막과 유인물이 등장했다. SNS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오간다.

 

군의회의 결정에 대해 군민이 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면 비판할 수도 있다. 그것이 지방자치이고 민주주의다.

 

다만 한 가지는 구별했으면 한다. 정책과 사람은 다르다. 예산을 왜 삭감했는지 묻고 설명을 요구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정책에 대한 비판(批判)이 의원 개인에 대한 비난(非難)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민생지원금의 목적은 결국 군민의 삶을 돕는 데 있다. 그렇다면 그 목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은 지켜야 한다.

 

전국안전신문 논설위원, 엄두호     

 

Ⅱ. 군의원도 우리와 같은 울진군민이다

 

군의원도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우리와 같은 울진군민이다. 누군가에게는 아버지이고 어머니이며, 남편이고 아내다. 또 어느 어르신에게는 소중한 아들이고 딸이다.

 

군의원은 군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예산을 심의하고 의결한다. 따라서 자신의 판단에 대해서는 군민에게 책임 있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군민 역시 "왜 그렇게 결정했는가"라고 물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질문의 대상은 공적인 판단이어야 한다. "왜 반대했는가"라고 묻는 것과 "반대한 의원은 어떤 사람이다"라고 낙인찍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책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인격을 공격할 필요는 없다. 말 한마디가 때로는 생각보다 깊은 상처를 남긴다.

 

돈의 문제는 다시 논의할 수 있다. 예산도 다시 검토할 수 있다. 정책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에 남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상처는 아물어도 "흉터"는 남는다.

 

Ⅲ. 자신의 주장에는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필자도 농어촌기본소득부터 이번 민생안정지원금까지 지급을 지지해 온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의 생각만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견을 갖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의견에 어떤 이유(理由)와 근거(根據)가 있는지를 설명하는 일이다.

 

지급을 지지한다면 왜 필요한지 설명하면 된다. 군민의 생활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지역경제에는 어떤 효과가 있는지 말하면 된다.

 

반대한다면 역시 이유를 밝히면 된다. 재정에는 어떤 부담이 있는지, 지원사업의 효과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다른 정책과 비교했을 때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설명하면 된다.

 

서로 다른 의견에는 서로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서로의 주장을 듣고, 근거를 가지고 반론(反論)하면 된다. 필요하다면 다시 토론하면 된다. 그리고 정해진 절차(節次)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지방의회가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쪽의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군민을 위해 더 나은 결정을 찾기 위해서다.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생각을 어떻게 말(표현, 발표)하고, 어떻게 설득(說得)하느냐이다.

 

Ⅳ. 정책에는 날카롭게, 사람에게는 따뜻하게

 

지방자치는 풀뿌리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만의 자유가 아니다.

 

내가 "아"라고 말할 자유가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는 "어"라고 말할 자유도 있어야 한다. 내가 "찬성"할 권리가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는 "반대"할 권리도 있다.

 

지금 거리에 내걸린 의회의 결정에 반대하는 현수막뿐 아니라, 의회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현수막을 내걸 자유도 있다. 거리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다른 유인물을 배포할 수도 있다. SNS에서 토론할 수도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인격까지 공격하지는 말자.

 

정책에는 날카롭게 질문하되, 사람에게는 따뜻하게 대하자. 자신의 주장에는 이유와 근거를 담자. 생각이 다르면 논리로 설득하자. 사람을 공격하기보다 정책을 놓고 토론하자.

 

민생지원금은 결국 군민의 삶을 위한 문제다. 그렇다면 그 논의의 과정도 군민의 삶을 닮아야 한다. 서로 존중하고, 대화하고, 절차를 지켜야 한다.

 

민주주의는 특정한 사람의 승패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오늘의 논쟁을 넘어 내일의 울진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돈의 문제는 다시 논의할 수 있다.

정책의 문제도 다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남겨서는 안 된다.

 

정책에는 날카롭게!

사람에게는 따뜻하게!

 

 - 어느 바닷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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