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 인구증가 칼럼❶> 울진에 온 사람이 떠나지 않게 하자

* 시민논객, 엄두호(경북 울진)

편집부 | 기사입력 2026/08/26 [12:28]

<울진군 인구증가 칼럼❶> 울진에 온 사람이 떠나지 않게 하자

* 시민논객, 엄두호(경북 울진)
편집부 | 입력 : 2026/08/26 [12:28]

▲ 엄두호(농어촌 민생연구소 소장)     ©

 

Ⅰ. 인구정책은 ‘유입’과 ‘정착’을 함께 봐야 한다 

 

전국의 농어촌이 인구감소라는 큰 과제 앞에 서 있다. 

 

젊은 세대는 일자리와 교육, 생활 편의를 찾아 도시로 이동한다. 농어촌의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된다. 사람이 줄어들면 지역의 소비가 줄고, 지역공동체의 활력도 약해진다. 

 

울진군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출산을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정책도 중요하다. 귀농·귀촌과 귀어를 지원하는 일도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를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울진에 들어와 살아가는 사람이 떠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인구를 늘리려면....

새로운 사람을 데려오는 것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렵게 울진을 선택해 온 사람이 다시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울진에 오게 하는 정책’과 ‘울진에 남게 하는 정책’은 함께 가야 한다. 

 

필자는 지난 일요일 '호남향우회 모임'을 다녀온 뒤 이 점을 다시 생각했다. 

 

타향에서 만난 고향 사람들과의 인연이 한 사람의 삶에 정(情)을 더할 수 있다면, 이런 관계와 공동체가 새로운 지역에 정착하는 과정에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울진의 인구정책도 한 단계 넓게 바라볼 때다. 

 

Ⅱ. 울진에는 이미 전국에서 온 사람들이 살고 있다 

 

울진에는 직장과 사업을 위해 들어온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도 있다. 지역의 중소 사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공공기관과 연구기관, 여러 공공시설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근무한다. 

 

결혼을 계기로 울진에 정착한 사람도 있다. 귀농과 귀촌을 선택한 사람도 있다. 새로운 삶을 찾아 울진을 선택한 사람도 있다. 

 

이들은 모두 울진의 소중한 주민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울진에 오래 머무는 것은 아니다. 

 

직장을 옮기면서 다른 지역으로 가기도 한다. 근무를 마친 뒤 고향이나 자녀가 있는 도시로 돌아가기도 한다. 사업을 정리한 뒤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사람도 있다. 

 

한 사람이 떠나면....

단순히 인구 한 명이 줄어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족이 함께 떠날 수도 있다. 그 사람이 지역에서 소비하고 활동하며 쌓아 온 생활의 기반도 함께 사라진다. 지역에서 만들어 온 인간관계도 끊어진다. 

 

반대로....

한 사람이 울진에 오래 머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역의 주민이 된다. 이웃과 관계를 맺는다. 지역의 소비자가 되고, 울진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 간다. 

 

그리고 울진에서 보낸 시간이 쌓일수록 이곳은 단순한 근무지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 있는 곳이 된다. 

 

인구정책은....

새로 들어오는 사람의 숫자만 세는 일이 아니다.

이미 들어온 사람이 얼마나 오래 머무르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Ⅲ. 퇴직은 반드시 ‘떠남’이어야 하는가 

 

많은 사람이 직장 때문에 낯선 지역을 찾아온다. 

 

처음에는 일정 기간 근무하기 위해 온다. 그러다 퇴직이 가까워지면 자연스럽게 다음 거처를 생각한다. 고향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자녀가 사는 도시로 옮기기도 한다. 

 

그 선택을 탓할 일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가족과 삶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울진이 퇴직 후에도 살고 싶은 곳이 된다면, 또 다른 선택이 가능하다. 

 

“직장은 그만두지만, 울진은 떠나고 싶지 않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울진의 인구정책은 새로운 가능성을 갖게 된다. 

 

울진에서의 시간이 단순히 일하고 돈을 버는 시간으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곳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고, 지역을 이해하고, 생활에 익숙해지고, 퇴직 후에도 자신의 삶을 이어 갈 수 있다면 울진은 더 이상 잠시 머무는 곳이 아니다. 

 

사람은 시설이 좋은 곳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다. 함께 살아갈 사람이 있는 곳에 더 오래 머무르기도 한다. 

 

필자는 이 점이 앞으로 울진의 정착정책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Ⅳ. ‘인간관계’가 생기면 ‘근무지’가 ‘살아가는 곳’으로 바뀐다 

 

처음 울진에 온 사람에게 이곳은 낯설 수 있다. 

 

직장과 집을 오가는 생활만 반복할 수도 있다. 아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를 수도 있다. 어려운 일이 생겨도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모를 때도 있다.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

울진은 그저 ‘잠시 머무는 곳’으로 남을 수 있다. 

 

반대로....

좋은 이웃을 만나면 달라진다. 

 

함께 밥을 먹을 사람이 생긴다. 생활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이 생긴다.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생긴다. 지역의 여러 활동과 모임도 알게 된다. 

 

그때부터....

울진을 바라보는 마음도 달라질 수 있다. 

 

처음에는 “내가 일하는 곳”이었던 울진이 시간이 지나면 “내가 살아가는 곳”이 된다. 

 

더 오랜 시간이 흐르면 “내가 살아온 곳”이 된다. 

 

정착은....

주소를 옮기는 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과 관계를 맺고, 지역의 생활 속으로 들어갈 때 비로소 정착이 시작된다. 

 

Ⅴ. 재울 향우회(在蔚鄕友會)도 ‘정착의 연결망’이 될 수 있다 

 

울진에는 전국 각지 출신 주민이 살아간다.

 

호남 출신도 있고, 충청과 강원, 제주 출신도 있다. 서울과 경기, 부산과 대구 등 여러 지역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도 울진에서 함께 살아간다. 

 

각자의 고향은 다르다. 

 

그러나 울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향우회’는 같은 고향 사람을 연결하는 공동체다. 

 

처음 울진에 온 사람이 고향 사람을 만난다면, 그 만남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이웃을 알게 될 수도 있다. 생활 정보를 나눌 수도 있다. 울진의 여러 활동을 알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은 특정 지역 출신끼리만 모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고향을 매개로 울진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일이 된다. 

 

고향의 정을 나눈다고 울진과 멀어지는 것도 아니다. 

 

고향 사람과의 만남이 낯선 지역에 적응하는 첫 번째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향우회뿐만이 아니다. 

 

동호회도 있고, 다양한 취미 모임도 있다. 봉사활동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문화와 체육 활동을 통해 울진 생활의 즐거움을 찾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울진에 새로 온 사람이 혼자 생활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사람과 활동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Ⅵ. 행정은 ‘운영’보다 ‘정착을 돕는 정책’을 만들 수 있다 

 

외지 출신 주민의 정착을 돕는다고 해서 울진군이 모든 모임을 직접 만들고 운영할 필요는 없다. 

 

주민이 스스로 만들고 운영하는 자율적인 활동은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 

 

행정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새로 온 사람이 울진 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마련하면 된다. 

 

새로 전입한 주민에게 지역의 생활 정보를 안내할 수 있다. 의료와 교통, 문화와 체육, 각종 공공서비스에 관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관심 분야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활동과 프로그램을 안내할 수 있다. 

 

각 지역 출신 주민의 향우회가 있다면 자율적인 모임이라는 전제 아래 그 존재를 알릴 수도 있다. 

 

새로 들어온 주민이 울진의 생활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돕는 행정 서비스다. 중요한 일이다.

 

행정의 역할이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 울진에 처음 왔을 때 혼자 모든 것을 찾고 해결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 

 

그것이 중요한 정착정책이다. 인구증가 정책이다.

 

작은 관심과 편리한 안내가 한 사람의 울진 생활을 바꿀 수 있다. 

 

Ⅶ. 한 사람의 정착은 또 다른 사람의 선택으로 이어진다 

 

울진에 머무는 한 사람은 혼자가 아니다. 

 

가족이 있다. 친구가 있다. 고향의 지인도 있다. 그 사람이 울진에서 만족스럽게 살아간다면 자신의 경험을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할 것이다. 

 

“울진에 와 보니 살 만하더라.”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생활하다 보니 정이 들더라.” 

 

“퇴직했지만, 이곳에서 계속 살고 싶더라.” 

 

이런 말은 행정의 홍보 문구와는 다르다. 

 

실제로 살아 본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의 경험에 귀를 기울일 때가 많다. 한 사람의 좋은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울진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울진으로 여행을 오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제2의 삶을 준비하며 귀촌을 생각할 수도 있다. 농업을 준비하며 귀농을 검토할 수도 있다. 바다와 가까운 삶을 꿈꾸며 귀어를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이야기가 곧바로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울진에 잘 정착한 사람이 자신의 좋은 경험을 전하는 것 자체가 가장 자연스러운 인구 홍보가 될 수 있다. 

 

사람을 통해 사람이 이어지는 것이다. 

 

Ⅷ. 인구정책의 새로운 질문을 시작하자 

 

울진군의 인구정책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추진되고 있을 것이다. 

 

이제 한 가지 질문을 더해 보면 어떨까. 

 

“울진에 온 사람은 왜 떠나는가?” 

 

그리고 다음 질문도 필요하다. 

 

“우리는 그 사람이 조금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답은 하나가 아닐 것이다. 

 

일자리 문제도 있다. 주거 문제도 있다. 의료와 교육, 교통과 문화의 문제도 있다. 

 

사람마다 울진을 떠나는 이유도 다르다. 

 

그래서....

단 하나의 정책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울진에 들어온 사람이 생활에 익숙해지고,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이곳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 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중요한 인구정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다음 칼럼에서 이 문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새로 울진에 온 사람이 첫해에는 생활에 적응하고, 둘째 해에는 새로운 관계와 활동을 찾으며, 셋째 해에는 스스로 울진 생활의 주인이 되어 가는 과정이다. 

 

인구증가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한 사람이 울진에 들어와 떠나지 않고, 오래 살아가며, 또 다른 사람에게 울진을 이야기하는 선순환은 지금부터 만들 수 있다. 

 

울진에 사람을 한 명 더 데려오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먼저 온 한 사람이 떠나지 않게 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실질적인 인구증가이기 때문이다.

 

울진에 온 사람이 머무르고 싶어 하는 울진! 

 

울진에서 일한 사람이 퇴직 후에도 삶을 이어 가고 싶은 울진!! 

 

울진에 정착한 사람이 가족과 친구에게 이곳을 권하고 싶은 울진!!! 

 

그런 울진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인구정책은 어쩌면 아주 단순할 수 있다. 

 

“울진에 오셨습니까. 여기서 오래 함께 살아봅시다.” 

 

이 마음에서 새로운 정책을 시작해 보자. 

 

다음 칼럼, 「<울진군 인구증가 칼럼❷> 울진에 온 사람, 3년 동안 함께 정착시키자」에서는 그 출발을 ‘3년 정착정책’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제안으로 이어가 보고자 한다. 

 

- 어느 바닷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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