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원전안전, 왜 주민이 직접 봐야 하는가 - 사고 뒤에야 따져 묻는 현실, 바꿔야 한다 -
- 원전안전, ‘사후 공개’에서 ‘사전 참관’으로 -
Ⅰ. 주민은 왜 분노하는가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TV에 따르면, ".... 지난 3일 오전10시16분 신한울원전 2호기 보조건물 내 사용후핵연료선적조 운반 용기에서 사용후핵연료저장조로 저장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장 운전원의 오조작으로 붕산수 일부가 누출됐다.
붕산수는 사용후연료를 저장하는 용액으로 방사능을 갖고 있다...."
주민은 불안하다. 혹자는 분노한다.
사고 자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주민이 제때 알지 못했다는 데 있다. 사고가 난 뒤 한참이 지나서야 주민이 사고 경위와 정보공개 과정을 따져 묻는 현실이다.
사고 원인과 영향은 철저히 밝혀야 한다. 안전성도 점검해야 한다. 재발 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주민의 불안은 사고 조사가 끝난 뒤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사고가 발생한 순간부터 시작된다. 사고가 나도 주민이 제때 알지 못할 수 있다는 현실이 더 큰 불안을 낳는다. ▲사고가 난 뒤에야 주민이 정보를 찾아 묻는 현실부터 바꿔야 한다.
이제.... 울진은 이번 사고의 진상규명(眞相糾明)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주민이 평소 원전안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참여할 수 있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Ⅱ. 원전안전은 ‘결과’만 확인해서는 안 된다
안전은.... 사고가 난 뒤 원인을 밝히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작은 이상이 발생했을 때 어떤 절차가 작동하는지, 현장에서 정해진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평소에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많은 재난도 작은 위험 신호를 제때 살피지 못하면서 더 큰 사고로 이어지곤 한다.
원전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사고 가능성이 낮더라도 한 번 사고가 커지면 지역사회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전안전은 일반적인 시설 관리보다 더 높은 수준의 '안전관리'와 '주민 소통'을 요구된다.
법규상 보고 대상인지 여부와 주민이 느끼는 불안은 다를 수 있다. 제도적 기준을 충족했다고 해서 주민이 모두 이해하고 안심하는 것은 아니다.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하다'는 '결과 통보'만 듣는 일이 아니다. 안전을 위해 어떤 절차가 작동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안전은 결과를 발표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대한 이해가 뒤따를 때 더 큰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원전의 모든 것을 주민에게 공개하거나 맡기자는 뜻은 아니다. ▲주민의 삶과 밀접한 주요 작업은 정해진 범위와 절차에 따라 지역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길을 찾자는 것이다.
Ⅲ. 건설 단계의 주민 참관, 운영 단계로 이어 가자
울진에는 이미 주민이 원전안전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는 사례가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3·4호기에는 시민안전참관단이 운영되고 있다. 모든 공사 현장을 참관하는 것은 아니다. 주요 공정과 안전 관련 사항을 듣고, 눈으로 살펴보는 제도다.
이 경험이 보여 주는 것은 명확하다. 주민 참여가 전문성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민이 현장에서 전문가와 기관의 설명을 직접 듣고 이해할 기회를 만들 수는 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나온다.
원전을 건설할 때 주민이 주요 안전 과정을 살펴보듯, 원전이 실제로 가동된 뒤에도 주민의 참여가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건설 단계의 안전은 중요하다. 그러나.... 완공 후, 운영 단계의 안전은 중요하다. 원전은 완공 이후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지역과 함께한다. ▲건설 단계에서 시작한 주민 참여를, 운영 단계에도 이어 갈 수 있는지 검토할 때다.
Ⅳ. 이제 운영 단계의 주민 참관을 준비하자
울진은.... 원전안전 주민 참관제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모든 작업을 공개하자는 뜻은 아니다. 전문성과 보안이 필요한 영역까지 주민이 개입하자는 주장도 아니다. ▲주민의 관심과 안전 우려가 큰 주요 작업을 대상으로 범위를 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사용후핵연료의 이동과 이송 준비 등 지역사회가 필요성을 인정하는 작업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참관 대상과 범위는 안전성과 보안성을 충분히 고려해 관계 기관과 협의해야 한다.
운영 방식도 복잡할 필요는 없다. 작업 전에는 목적과 절차를 설명하고, 작업 중에는 정해진 범위에서 진행 상황을 살핀다. 작업이 끝난 뒤에는 결과와 특이사항을 공유하면 된다.
참관단은 일반 주민을 중심으로 구성할 수 있다. 지역의회와 원전 관련 지역기구 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전문적인 내용은 관련 전문가가 쉽게 설명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제도로 만드는 일이다. 주민이 필요할 때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 참관은 감시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원전과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가 안전을 이해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Ⅴ. 울진이 먼저 새로운 기준을 만들자
울진은.... 원전과 함께 살아가는 지역이다. 원전안전은 중앙기관이나 사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민의 일상과 직결된 만큼 지역사회도 안전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방자치(地方自治)는.... 주민과 가까운 문제를 주민의 목소리와 참여 속에서 풀어가는 제도다. 원전안전도 울진의 현실을 반영할 때 더욱 든든한 안전망이 될 수 있다.
울진군은 주민 참관의 제도적 틀을 검토할 수 있다. 군의회는 필요한 주민 참여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원전 관련 기관도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함께 찾을 수 있다.
이미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에서는 주민 참여의 길을 열어 가고 있다. 이제 울진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원전 운영 과정에서도 주민이 어떻게 안전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을지 논의해 볼 수 있다.
원전안전은.... 사고 뒤에 질문하는 데서만 시작되어서는 안 된다. ▲평소에 알고, 필요할 때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이 더 나은 원전안전의 출발점이다.
원전과 함께 살아가는 울진이다! 주민은 이제 안전에 관한 설명을 듣는 데만 머물 필요가 없다. 건설 단계에서 시작한 참여의 경험을 운영 단계에 맞게 발전시키는 길을 함께 찾아가야 한다.
원전안전, 울진이 먼저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보자.
- 어느 바닷가에서 -
<⬇ 연합뉴스 TV> https://n.news.naver.com/article/422/0000900243?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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