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군수의 협상력과 민생지원금 30만 원

화살 한 발 쏘지 않고 거란군을 물러나게 하고 강동 6주의 기반을 마련한 서희 장군의 협상력(協商力), 군수와 의회가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

엄두호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6/10/05 [13:46]

<칼럼> 군수의 협상력과 민생지원금 30만 원

화살 한 발 쏘지 않고 거란군을 물러나게 하고 강동 6주의 기반을 마련한 서희 장군의 협상력(協商力), 군수와 의회가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
엄두호 논설위원 | 입력 : 2026/10/05 [13:46]

 Ⅰ. 서희의 담판(談判)에서 배워야 할 협상력

고려시대인 993년.
거란이 고려를 침략했다. 거란군이 국경을 넘어오면서 전쟁의 위기가 닥쳤다. 고려 조정에서는 맞서 싸워야 한다는 주장과 무리한 전쟁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이때 서희가 나섰다.
서희는 말만 하지 않았다. 적진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군대를 앞세우지 않았다. 대화로 길을 열었다. 칼과 화살이 아니라 논리(論理)로 맞섰다. 거란의 장수 소손녕과 담판을 벌였다.

서희가 택한 것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방법이 아니었다. 상대의 요구를 파악하고, 고려가 지켜야 할 것을 지키면서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었다.

서희는 먼저 거란이 고려를 침략한 이유(理由)를 물었다.

소손녕은 두 가지를 답했다.
하나는 고려가 고구려의 옛 땅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고려가 거란의 적국인 송나라와 교류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서희는 설명했다.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라는 점을 내세웠다. 국호가 고려라는 점 등을 근거로 고구려 계승의 정통성을 설명했다. 거란의 주장을 단순히 부정한 것이 아니었다. 고려가 왜 그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어 고려와 거란 사이의 교류가 막힌 이유를 여진 세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진을 정리하고 북쪽으로 길을 열 수 있다면, 거란과도 국교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상대의 요구를 들은 뒤, 고려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으로 바꾸어 제안한 것이다.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주장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그 속에서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한 번 말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협상이다.

소손녕은 서희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거란군은 철수했다. 이후 고려는 압록강 동쪽 지역으로 진출해 강동 6주를 설치하고 북쪽 국경을 압록강까지 넓혀 나갔다.

서희의 담판이 1,00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협상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희는 상대를 꺾는 데만 집중하지 않았다. 자신이 지켜야 할 목표는 분명히 하면서도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논리를 제시했다. 자기 고집으로 얻은 승리가 아니었다. 상대를 설득해 협상의 공간을 만들고, 고려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열었다.

협상(協商)은 상대를 이기는 기술이 아니다.
상대의 요구를 이해하면서도 내가 지켜야 할 것을 지키고,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더 나아가 막힌 길을 다시 열어 미래의 길을 만드는 일이다.

따라서 협상력은 정치력(政治力)과 연결된다. 특히 지방자치에서는 더욱 그렇다. 군수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정책을 추진하는 힘만큼 다른 기관과 의견을 조율하고, 반대 이유를 듣고, 합의를 만들어내는 힘도 필요하다. 정책을 시작하는 데 추진력(推進力)이 필요하다면, 정책을 현실로 만드는 데는 협상력(協商力)이 필요하다.

 Ⅱ. 민생지원금 30만 원, 한 번의 부결로 끝낼 일인가

지난 8월 18일.
울진군의 민생안정지원금 지급 추진 소식이 전해졌다. 울진군은 전 군민에게 1인당 30만 원을 지급하고, 약 1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석 전에 지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군민들은 기대했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30만 원은 가계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은 발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특히 예산이 필요한 사업은 행정의 추진 의지와 함께 의회의 심의와 의결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군수에게 정책을 추진할 책임이 있다면, 군의회에는 예산을 심의하고 의결할 권한이 있다.

양쪽의 역할은 다르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같다. 군민의 삶을 살피는 일이다. 따라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그것을 곧바로 갈등이나 대립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서로 다른 위치에서 정책의 필요성과 재정 여건, 집행 가능성을 검토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9월 8일.
울진군의회는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결국 당초 계획했던 추석 전 지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이겼느냐가 아니다. 군수와 의회의 승패로 이 문제를 바라본다면 논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군민의 입장에서는 군수와 의회의 체면보다 실질적인 민생 대책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민생지원금 30만 원이 부결됐으니 군수의 책임도 끝난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군수가 정말 군민의 민생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고 판단했다면, 한 번의 부결을 정책의 종착점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왜 필요한지 다시 설명하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다시 듣고, 부족했던 자료가 있다면 보완하고, 재원과 지급 방법에 문제가 있다면 다시 설계해야 한다.

민생을 위해 필요하다면, 한 번이 아니라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의회 문을 두드릴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횟수가 아니다. 군민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책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는 책임의 자세다.

물론 이것이 의회의 결정을 무시하라는 뜻은 아니다. 군의회에는 예산을 심의하고 의결할 권한이 있다. 군수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의회의 역할도 아니다. 의회가 문제를 제기한다면, 군수는 그 이유를 들어야 한다. 재정 부담이 크다면 재원 대책을 다시 마련해야 하고, 정책 효과가 불분명하다면 자료를 보완해야 한다. 지급 대상이나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면, 다른 방식을 제시할 수도 있다.

군수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원안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책 목표를 살리면서 의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안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일이다.

정책의 목표가 군민의 민생을 돕는 것이라면, 방법은 하나뿐일 필요가 없다. 30만 원이라는 숫자에만 매달릴 이유도 없다. 지급 시기와 방법을 바꿀 수도 있고, 재원 마련 방식을 달리할 수도 있다. 규모와 대상, 지급 조건을 조정할 수도 있다. 때로는 전혀 다른 민생지원책으로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군수가 "내 안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군민에게 필요한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책임지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군수의 협상력'이 필요하다.

 Ⅲ. 군수에게 필요한 것은 '끝까지 만나는 힘'이다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추진력은 중요하다. 군민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책이라면, 책임 있게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군수의 책임완수다.

그러나 추진력만으로 정책이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예산과 의회의 심의·의결이 필요한 사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정책을 설명하고 질문에 답해야 한다. 반대 이유를 파악하고 의견 차이를 좁혀 실행 가능한 안을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이것을 정치력(政治力)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자치에서 정치력은 거창한 정치적 영향력이 아니다. 설명하는 힘이고, 듣는 힘이며, 관계를 풀어가는 힘이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의견 속에서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는 힘이다.

그래서 정치력에는 절차적 능력(節次的 能力)이 필요하다. 한 번 설명하고 의회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끝낼 일이 아니다. 군민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면 다시 설명하고, 제기된 문제를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정책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번의 협상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 두 번째 협상을 하면 된다. 두 번째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세 번째를 하면 된다. 필요하다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군수가 매번 같은 주장을 반복하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협상이 아니다. 첫 번째 만남에서 제기된 문제를 검토하고, 두 번째 만남에서는 보완된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 세 번째 만남에서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의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고, 그 질문에 답을 만들어 다시 찾아가는 것이다. 협상 횟수가 많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만날 때마다 서로의 간격을 좁혀가는 것이 중요하다. 군민을 위한 필요성을 다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① 왜 필요한지 다시 설명해야 한다.
②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③ 예상되는 효과와 함께 우려되는 문제도 제시해야 한다.
④ 의원들이 제기하는 질문을 피해서는 안 된다.
⑤ 타당한 우려라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⑥ 사실관계가 다르다면, 자료와 근거를 가지고 설명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군수가 반드시 자신의 원안을 그대로 관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의 목표를 지키면서 방법을 바꿀 수도 있다. 규모를 조정할 수도 있고, 시기를 바꿀 수도 있다. 재원을 다시 설계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처음 제시한 안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군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안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서희의 담판도 이런 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서희는 자신의 주장만 반복하지 않았다. 상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파악하고 그 배경을 읽었다. 그리고 고려가 지킬 것은 지키면서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울진군의 민생지원금 문제도 다르지 않다. 군수가 군민에게 필요한 정책이라고 판단한다면, 의회와 다시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의회 역시 새로운 자료와 대안이 제시된다면, 다시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협상은 한쪽이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니다. 서로 한 걸음씩 움직여 공동의 목표에 다가가는 것이다.

군수에게 필요한 것은 한 번 이기는 협상력이 아니라, 끝까지 만나 결국 길을 찾아내는 협상력이다.

 Ⅳ. '30만 원'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다

울진군에는 앞으로 추진해야 할 공약과 정책이 많다.

에너지연금 전 군민 1인당 매월 10만 원 지급을 비롯해 시설관리공단 설립, 에너지개발공사 설립, 기회발전특구 지정, 데이터센터 유치, 청송IC~후포 고속도로 연결, 울진읍 주차난 해소와 상권 활성화, 36번 국도 확장 등이 있다.

이 가운데는 군수의 의지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업도 많다. 의회와 협의해야 할 사업이 있고, 경상북도와 중앙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사업도 있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사업도 있다. 결국 앞으로의 군정에는 추진력과 함께 상당한 협상력이 필요하다.

군수는 자신의 공약과 정책에 책임을 져야 한다. 동시에 군의회의 권한도 존중해야 한다. 의회는 군수의 정책에 질문하고 견제해야 한다. 그것은 갈등이 아니라 의회가 가진 본래의 역할이다. 군수와 의회가 서로의 권한을 인정하고 각자의 책임을 다할 때 지방자치의 기본 질서도 지켜질 수 있다.

그렇다면 군수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정책을 발표하고 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는 데까지일까. 한 번 부결되면 "의회가 반대했다"고 말하고 물러나는 것일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군수가 군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책이라면, 그때부터 진짜 책임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의회가 왜 반대했는지 찾아가 물어야 한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들어야 한다. 필요한 자료를 다시 준비해야 한다. 대안을 만들어 다시 설명해야 한다.

그래도 안 되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왜 안 됩니까"라는 질문에서 멈추지 말고 "어떤 조건이면 가능합니까"라고 물어야 한다. "30만 원을 반드시 지급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하기보다 "군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함께 찾아봅시다"라고 제안해야 한다. 그것이 협상이다.

의회도 마찬가지다. 군수의 정책을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의회는 군수에게 더 많은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 재정은 감당할 수 있는지, 실제 효과가 있는지, 다른 사업과의 우선순위는 적절한지 따져야 한다. 다만 검토와 삭감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군수가 보완된 자료와 새로운 대안을 가져온다면 다시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안 된다"는 결론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조건이라면 가능하다"는 대안을 제시할 때 의회 역시 협상의 주체가 된다.

그래서 이번 민생지원금 문제는 단순히 30만 원을 지급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울진의 지방자치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문제이기도 하다. 군수는 추진력을 보여주되 독주하지 않아야 한다. 의회는 견제하되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 군수는 의회의 질문을 부담으로 여기지 말고 정책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의회 역시 군수의 재추진을 고집이나 체면으로만 보지 말고, 민생을 위한 책임의 표현으로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군수에게 필요한 것은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다. 군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판단했다면, 한 번의 부결에 실망해 손을 놓을 것이 아니라 다시 만나야 한다. 열 번 만나고도 안 되면, 스무 번 만날 각오를 해야 한다. 그것은 군수의 고집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군민이 부여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하자는 뜻이다. 최종 결정은 의회의 권한에 맡기더라도, 그 결정에 이르기까지 군수가 할 수 있는 설명과 설득, 조정과 대화는 다해야 한다. 그래야 결과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할 만큼 했다"는 책임의 자세를 군민에게 보여줄 수 있다.

민생지원금 30만 원이 그대로 지급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협상 과정에서 규모가 달라질 수도 있고, 지급 시기나 방법이 달라질 수도 있다. 새로운 민생지원책이 나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군수의 원안이 그대로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군민에게 필요한 정책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추진력이고, 그 과정에서 끝까지 길을 찾는 힘이 협상력(協商力)이다.

 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군민은 군수와 의회의 싸움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군민에게 필요한 것은 결과다. 물가가 오르고 장사가 어렵고 살림이 팍팍한 현실에서 군민이 바라는 것은 누가 이겼느냐는 정치적 승패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느냐는 답이다. 그래서 군수와 의회가 다시 만나야 한다.

군수가 의회를 찾아가 "왜 안 됩니까"라고 묻는 대신 "어떤 조건이라면 가능하겠습니까"라고 묻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의회도 "안 됩니다"라고 문을 닫기보다 "이런 조건이라면 다시 검토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으면 한다. 그 사이에 접점이 있을 수 있다. 30만 원을 그대로 지급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재정 여건을 고려해 지급 시기나 방식을 바꾸는 방법일 수도 있다. 전혀 다른 민생지원책을 마련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정책에는 날카롭게 질문하되, 사람에게는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 군수는 의회의 권한을 존중하고, 의회는 군수의 정책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 한 걸음씩 움직여야 한다. 이것이 지방자치의 협력이다.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의견의 차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그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서희가 보여준 협상력도 상대를 굴복시키는 힘이 아니었다. 자신의 목표를 지키면서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길을 찾아내는 힘이었다. 그리고 그 길을 찾기 위해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논리를 설명했다. 울진의 민생지원금 30만 원도 그렇게 풀어보면 어떨까.

군수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다. 더 많은 설명과 더 깊은 경청이다. 의회를 이기는 힘이 아니라, 의회와 합의하는 힘이다. 한 번 거절당했다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만나고, 다시 설명하고, 필요하면 다시 조정하는 힘이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만날 수 있는 마음과 그때마다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그것이 실력 있는 군수에게 필요한 협상력(協商力)이고 정치력(政治力)이다.

민생지원금 30만 원이 아직 끝난 일이 아니기를 바란다. 고단한 민생은 추석이 지났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군수도, 군의회도, 그리고 군민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어떻게 하면 군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 질문에서 새로운 길이 시작될 수 있다.

서희가 '칼과 화살' 대신 '대화와 논리'로 길을 열었듯이, 울진에서도 '대화와 협상'으로 길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군수가 군민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책이라면, 한 번의 시도로 끝내지 말고, 끝까지 만나고 끝까지 설명하고 끝까지 길을 찾았으면 한다. 그것이 군수에게 주어진 책임이고, 군민이 바라는 정치력(政治力)이다.

     - 어느 바닷가에서 -

▲ 엄두호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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