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두호 칼럼> 울진군의원에게 돌을 던지지 말자

법과 절차에 따라 예산을 심의한 의원에게 상처를 주지 말자

엄두호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6/09/27 [06:11]

<엄두호 칼럼> 울진군의원에게 돌을 던지지 말자

법과 절차에 따라 예산을 심의한 의원에게 상처를 주지 말자
엄두호 논설위원 | 입력 : 2026/09/27 [06:11]

Ⅰ. 현수막이 묻는 것

 

추석 연휴.

경북 울진 지역을 지나는 사람들은 도로변에 걸린 현수막을 보았을 것이다. 민생안정지원금 예산 삭감에 관한 내용이다. 국민의힘 소속 군의원 5명을 겨냥한 현수막도 많다. 군수가 추진한 추석 전 민생안정지원금 예산이 군의회에서 삭감된 데 따른 것이다. 울진군의회는 지난 9월 8일 전 군민에게 1인당 30만 원을 지급하기 위해 편성한 140억 원의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예산 삭감.

울진군의원들이 잘못했는가.

 

민생안정지원금이 지급되기를 필자도 기대했다. 많은 군민도 기대했을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1인당 30만 원의 지원금이 지급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필자 역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와 권한은 다른 문제다.

 

군수는 정책을 제안하고 추진할 권한이 있다. 군의회는 제출된 예산을 심의(審議)하고 의결(議決)할 권한이 있다. 지방자치(地方自治)는 서로 다른 권한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군민의 기대가 컸다고 해서 군의원이 반드시 찬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군의회가 예산을 삭감했다고 해서 해당 의원들이 군민을 외면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예산 판단의 옳고 그름은 별도로 따져야 할 문제다. 적어도 법과 절차(法과 節次)에 따라 부여된 의회의 권한을 행사했다는 사실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

 

Ⅱ. 필자는 기본소득을 말해왔다

 

필자는 기본소득(基本所得)의 필요성에 관한 글을 여러 차례 써왔다.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새로운 소득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농어촌기본소득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다. 지난해에는 농어촌기본소득을 신청한 경북 영양군을 직접 찾아가 주민들의 생각을 듣고 준비 현장도 살펴봤다.

 

에너지기본소득에도 관심을 가져왔다. 원전과 에너지 시설이 집중된 지역이 그에 걸맞은 혜택을 주민과 나누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진군의 민생안정지원금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봤다. 지역경제가 어렵다면 군민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지역 안에서 소비가 순환하도록 돕는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기본소득을 말해온 이유다.

 

지난 6·3 지방선거 때에도 기본소득을 이야기했다. 관련 글도 썼다.

 

하지만 기본소득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정책의 과정(過程)을 가볍게 생각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소중한 정책일수록 그 과정은 더 엄격해야 한다.

 

정책의 목적과 예산의 절차(節次)는 구분해야 한다. 사업의 필요성과 추진 과정도 따로 살펴야 한다. 목적이 중요하다면 과정도 중요하다. 좋은 취지를 가진 정책일수록 정확한 근거(根據)와 투명한 절차를 갖춰야 한다.

 

Ⅲ. 좋은 정책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 민생안정지원금 예산을 둘러싼 논쟁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예산은 필요성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필요한가.

재원은 충분한가.

실제 효과가 있는가.

다른 사업과의 우선순위는 어떠한가.

한 번 지급한 뒤 계속 지급해야 하는가.

기존 지원사업과 중복되지는 않는가.

행정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예산심의(豫算審議)다.

 

울진군의회는 이번 예산 삭감과 관련해 지원 자체를 반대하기 위한 결정이 아니라, 군민의 세금을 책임 있게 심사하기 위한 의회의 책무(責務)라는 입장을 밝혔다. 객관적인 경제지표와 사업 효과에 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았고, 올해 상반기에 지급한 지원금의 효과 분석도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그 이유에 동의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그러나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며 예산을 심의한 행위 자체를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의원에게는 찬성할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반대할 권리도 있다. 예산을 삭감할 권한도 있다.

 

그것이 지방의회의 권한이고 책임이다.

 

Ⅳ. 군민이 던져야 할 것은 돌이 아니다

 

물론 군의원의 결정에 대해 군민은 비판(批判)할 수 있다.

 

“왜 삭감했느냐”고 물을 수 있다. “자료가 충분했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민생이 어려운데 왜 지원하지 않았느냐”고 따질 수도 있다.

 

그러나 비판(批判)과 비난(非難)은 달라야 한다.

 

정책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질문할 수 있다. 예산심의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법과 절차에 따라 권한을 행사한 의원을 대상으로 돌을 던지는 방식은 건강한 지방자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이번 논쟁을 특정 정당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정당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왜 찬성했는가, 왜 반대했는가이다. 어떤 자료를 근거로 판단했는가. 군민에게 무엇을 설명했는가. 앞으로 어떤 대안을 제시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군수도 마찬가지다.

 

민생안정지원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왜 필요한지 설명해야 한다. 재원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정책 효과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 제시해야 한다. 의원들의 우려에도 답해야 한다.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삭감했다면 왜 삭감했는지 군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부족하다고 본 자료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민생을 위해 다른 어떤 대안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서로의 입장이 충분히 설명됐다면, 다시 논의할 수 있다. 군수는 보완된 안을 제시할 수 있다. 의회는 그 내용을 다시 심의할 수 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의회는 요청하고 군수는 보완하면 된다.

 

한 번의 결정이 모든 논의를 끝내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권한에 따르는 책임이다. 그것이 지방자치다.

 

Ⅴ. 지방자치는 서로의 권한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필자는 기본소득이 지역소멸 시대의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농어촌기본소득이나 에너지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도 더욱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럴수록 법과 절차가 중요하다.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하면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필요한 예산이라면

더 정확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면

더 많이 설명하고 더 많이 들어야 한다.

 

의회 역시 마찬가지다.

 

반대하거나 삭감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집행부의 설명을 충분히 듣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제시해야 한다. 민생을 위한 다른 방법이 있다면 함께 찾아야 한다.

 

결국 군수와 군의회의 관계는 승패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이겼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군민에게 무엇이 더 필요한지를 놓고 서로의 권한을 행사하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지금 울진군민에게 필요한 것은 군의원에게 돌을 던지는 일이 아니다.

 

군수에게는 더 설득력 있는 정책 설명을 요구하고, 군의원에게는 더 충실한 예산심의와 설명을 요구하면 된다.

 

정책에는 날카롭게 질문하자.

그러나 사람에게는 따뜻하자.

 

정책을 겨누되, 사람을 겨누지는 말자.

정책을 비판하자.

사람을 비난하지 말자.

 

그래야 정책을 제안한 군수의 권한도, 예산을 심의한 군의회의 권한도 함께 존중받을 수 있다.

 

지방자치는 서로의 권한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군수는 설득하고,

군의원은 심의하고,

군민은 묻고 감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충돌이 사람을 향해서는 안 된다.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되 사람에게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정책에는 책임을 묻자.

그러나 사람에게 돌을 던지지는 말자.

 

그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지방자치의 기본이다.

 

그리고 

그것이 울진이 한 단계 더 성숙한 지역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 어느 바닷가에서 -

 ▲ 엄두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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