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민의힘'이 무슨 문제인가..정당보다 이유와 근거를!

- 정당보다 이유와 근거를 보자 -

엄두호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6/09/21 [13:27]

<칼럼> '국민의힘'이 무슨 문제인가..정당보다 이유와 근거를!

- 정당보다 이유와 근거를 보자 -
엄두호 논설위원 | 입력 : 2026/09/21 [13:27]

Ⅰ. 현수막에 적힌 표현 하나

 

요즘 경북 울진의 거리에는 추석 민생안정지원금 예산 삭감을 둘러싼 현수막이 걸려 있다. 울진군이 추석을 앞두고 군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려 했지만, 군의회 심의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삭감된 일이다.

 

그런데 유독 눈에 들어오는 표현 하나가 있다. '국힘 군의원'이라는 표현이다. 국민의힘 소속 군의원들이 예산 삭감에 찬성했다는 이유에서다. 울진군의회는 8명의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5명이 국민의힘 소속이고, 3명은 무소속이다. 군수도 무소속이다.

 

정당 소속은 유권자가 의원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당의 이름만으로 이번 일을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정당을 앞세우면 정작 판단의 주체(主體)가 누구인지, 어떤 판단을 했는지, 그 판단의 이유(理由)와 근거(根據)가 무엇인지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에는 분명한 판단의 주체가 있다. 군수와 군의회다. 군수는 지원금 지급을 제안했고, 군의회는 그 예산을 심의하고 의결했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정당의 이름이 아니다. 각 주체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Ⅱ. 의회의 입장문, 이제 군수도 답할 차례다

 

울진군의회는 지난 9월 10일 '민생안정지원금 예산에 대한 울진군의회 입장문'을 발표했다. 예산을 삭감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의회가 제시한 핵심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경제 상황이다.

 

의회는 「울진군 민생경제 활성화 지원 조례」에서 말하는 '중대한 위기 상황'을 판단할 객관적인 자료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소상공인 매출 감소나 폐업률 등 지역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 의회의 설명이다.

 

둘째, 앞서 지급한 지원금의 성과다.

 

올해 상반기에도 민생안정지원금이 지급됐다. 의회는 이미 투입된 재정이 지역경제에 어떤 효과를 냈는지 충분한 분석이 이뤄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추가 재정을 투입하려면, 그 필요성과 효과를 설명할 자료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셋째, 예산 절차다.

 

의회는 예산 심의가 시작되기 전에 '추석 전 30만 원 지급' 계획이 알려졌고, 전산 준비까지 진행됐다고 밝혔다. 의회는 이를 예산 심의와 의결이라는 지방의회의 권한(權限)과 관련된 문제로 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회의 주장이 옳으냐 그르냐를 먼저 단정하는 일이 아니다. 의회가 이런 이유로 예산을 삭감했다면, 이제 군수와 집행부도 그 문제 제기에 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Ⅲ. 정당을 내세우면, 판단의 주체가 흐려진다

 

 

이번 일을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의 문제로만 바라보면 정작 중요한 질문, 네 가지를 놓치게 된다.

 

왜 지급하려 했는가?

왜 삭감했는가?

어떤 자료를 근거로 판단했는가?

그 자료는 충분했는가?

 

군수에게는 정책을 제안하고 추진할 권한(權限)과 책임(責任)이 있다. 군의회에는 예산을 심의하고 의결할 권한(權限)과 책임(責任)이 있다.

 

각자는 주어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군수가 지원금 지급을 제안한 것도, 의원들이 예산을 삭감한 것도 법과 제도에 따른 권한 행사(權限行使)다. 권한을 행사했다는 사실만으로 잘잘못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판단의 적절성을 따지고 싶다면, '그 권한을 왜 행사했는가'부터 물어야 한다.

 

그래야 논쟁이 생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소속 군수에 대한 국민의힘 의원이기 때문에 삭감했다'는 식의 판단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이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마찬가지다. '군수가 군민에게 지원금을 주는 정책이기에 필요한 사업'이라는 주장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왜 필요한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정당의 이름은 판단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판단의 주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더구나 정당의 이름이 판단의 종착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Ⅳ. 이제 정당보다 이유와 근거를 보자

 

정치는 생각이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판단의 이유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설득하며, 더 나은 결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지방자치도 다르지 않다.

 

이번 민생안정지원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군수가 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그 필요성을 의회에 설명해야 한다. 지역경제가 어떤 상황인지 자료로 보여주어야 한다. 앞선 지원금이 어떤 효과를 냈는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의회 역시 마찬가지다. 예산 삭감이 필요했다면, 그 기준과 이유를 군민에게 설명하면 된다. 어떤 자료가 부족했는지, 왜 추가 지원에 신중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면 된다.

 

필자는 현재까지 군수의 공식적인 입장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제 군수가 의회의 문제 제기에 답할 차례다. 의회가 제시한 이유와 근거를 하나씩 살펴보고, 지원금 지급이 필요했던 이유와 그 근거 자료를 군민 앞에 설명하기 바란다.

 

군민도 감정이 아니라, 내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지급을 제안한 군수와 집행부, 지급에 찬성한 의원 3명, 삭감에 찬성한 의원 5명이 각각 어떤 이유와 근거로 판단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제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의 이름만 앞세우지 말자. 정당보다 판단을 보자. 판단의 주체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 주체가 제시하는 이유와 근거를 살펴보자.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에게 상처를 줄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정책이 다르다면 정책에는 날카롭게 질문하되, 사람에게는 따뜻하자. 묻거나 비판할 때도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묻고 비판하자. 설명할 때도 자료와 사실을 제시하자.

 

판단한 주체가 설명하고, 군민이 그 설명을 듣고 판단하면 된다.

 

그것이 군민을 존중하는 정치이고,

책임 있는 지방자치다.

 

- 어느 바닷가에서 -

 

▲ 전국안전신문 논설위원, 엄두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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