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칼럼> '사진 찍기' 좋아하는 지자체장들에게

행사장을 누비는 시간보다, 공약을 이행하는 데 시간을 쏟아야 한다.

엄두호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6/10/11 [17:50]

<바닷가 칼럼> '사진 찍기' 좋아하는 지자체장들에게

행사장을 누비는 시간보다, 공약을 이행하는 데 시간을 쏟아야 한다.
엄두호 논설위원 | 입력 : 2026/10/11 [17:50]

Ⅰ. 행사장을 누비는 지자체장, 공약(公約)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가

축제의 계절이다. 각종 체육대회와 기념행사, 주민 모임도 잇따른다. 행사장을 찾아 축사하고, 악수하고, 주민들과 사진을 찍는 지자체장도 자주 볼 수 있다. 행사 일정이 빼곡해질 수 있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행사와 약속이 많아 바쁘다"고 말하는 지자체장도 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궁금해진다. 행사로 그렇게 바쁘다면, 지역 현안을 챙길 시간은 충분한가. 선거 때 주민에게 약속한 공약은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가.

공약은 지자체장이 선거 때 주민에게 스스로 한 약속이다. 지역 발전과 주민 생활 개선을 위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사업이다. 따라서 공약 이행은 특별한 성과를 내기 전에 지켜야 할 기본적인 책임(責任)이다. 중요한 것은 행사 참석 횟수가 아니다. 약속을 얼마나 실천했느냐이다.

Ⅱ. 주민이 바라는 것은 보여주기가 아니라, 생활의 변화다

주민마다 겪는 어려움이 다르다. 상인은 침체한 상권을 걱정한다. 농어민은 생산비 부담과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청년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하다. 교통이 불편한 주민에게는 병원과 시장을 오갈 실질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주민이 바라는 것은 명확하다. 자신이 사는 지역이 발전하는 것이다. 생활 속 불편이 줄어드는 것이다. 일할 기회가 늘고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다. 지자체장은 이런 바람에 답해야 한다.

그러려면 주민의 현안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필요한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는지 끝까지 살펴야 한다.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면, 그 이유와 향후 계획을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 행정에 대한 신뢰는 행사장을 절며 '사진 찍기'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결과에서 쌓인다.

Ⅲ. 지역의 미래는 치열한 업무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지역 발전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비 사업을 확보하려면, 계획과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관계 부처를 설득하고 필요한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기업을 유치하려면, 투자 여건을 갖춰야 한다. 지역에 일자리와 소득이 생길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일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충분한 검토와 관계 기관의 협의가 있어야 한다.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다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성과는 이런 꾸준한 노력에서 나온다.

지자체장이 모든 행사에 직접 참석할 필요는 없다. 책임자나 실무진이 맡을 수 있는 일정은 적절히 나눌 수 있다. 지자체장이 모든 일을 직접 챙기는 것이 책임행정은 아니다. 일을 적절히 맡기고, 핵심 현안을 직접 챙기며,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 책임행정이다. 그렇게 확보한 시간을 지역의 핵심 현안과 장기 사업에 쏟아야 한다.

Ⅳ. 임기가 끝난 뒤, 무엇을 남길 것인가

지자체장의 임기는 정해져 있다. 공약 이행을 미루면, 사업 추진이 늦어진다. 필요한 시기를 놓치면, 지역 발전의 기회도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약속한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면, 일자리가 생기고 생활 여건이 나아질 수 있다.

주민은 구체적인 결과로 지자체장의 실력을 평가해야 한다.

❶ 약속한 공약사업은 어디까지 진행됐는가.
❷ 지역의 일자리와 경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❸ 주민의 오랜 불편은 해결됐는가.

지자체장도 이런 질문에 답해야 한다. ❶ 이행하지 못한 공약이 있다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❷사업이 늦어졌다면, 앞으로의 계획도 설명해야 한다. 성과뿐 아니라 미흡한 부분까지 솔직하게 밝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지자체장들은 주민에게 지역 발전과 생활 개선을 약속했다. 이제는 그 약속을 실천으로 보여줄 때다.

행사장을 누비는 지자체장의 뒷모습을 보며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❶ 선거 때 스스로 약속한 사업들은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가.
❷ 행사장을 찾아 사진을 찍는 일과 공약을 이행하는 일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을까.

지자체장의 시간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세금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행사장에 얼굴을 비추는 데 그치지 말고, 스스로 한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 주민은 사진보다 성과로 지자체장을 기억할 것이다.

행사장을 누비는 지자체장들이여!
그대가 주민에게 약속한 공약(公約)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가.

- 어느 바닷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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