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고향에서 온 영상편지, “70년 전 그 아이들은 무엇을 꿈꾸었을까”

가난을 견디며 오늘을 만든 세대가 우리에게 남긴 것

엄두호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6/10/03 [10:32]

<칼럼> 고향에서 온 영상편지, “70년 전 그 아이들은 무엇을 꿈꾸었을까”

가난을 견디며 오늘을 만든 세대가 우리에게 남긴 것
엄두호 논설위원 | 입력 : 2026/10/03 [10:32]

Ⅰ. 외삼촌이 보내온 2분 25초의 영상

오늘 아침 동영상 하나를 받았다. 2분 25초 분량의 짧은 영상이다. 전라도 첩첩산중, 임실하고도 강진 땅에 사시는 필자의 외삼촌이 카카오톡으로 보내온 영상이다.

신문 지면에는 동영상을 올릴 수 없다. 그래서 영상의 내용을 보여줄 수 있도록 그 안에서 몇 장면을 캡처했다. 그중 두 장의 사진을 골라 칼럼과 함께 싣는다.

아침에 무심코 열어본 영상이었다. 그런데 화면을 보는 동안 눈을 쉽게 돌릴 수 없었다. 70년 전 우리나라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아이들은 맨발에 가까운 모습으로 골목을 뛰어다녔다. 어린아이를 업은 어머니는 일을 했다. 아버지는 지게를 졌다. 낡은 집과 좁은 골목, 장터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가난했다. 그러나 화면을 오래 보고 있자니 단순히 ‘가난한 시절’이라는 말만으로는 그 모습을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살았다. 가족을 위해 일했고, 아이를 키웠다. 내일을 생각하며 오늘을 견뎠다.

Ⅱ. 가난은 부모 세대의 일상이었다

70년 전이라고 하면 아주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영상 속 사람들은 낯설지 않다. 우리의 부모이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부모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옷 한 벌을 오래 입었다고 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고 했다.

그 시절의 가난은 낭만이 아니었다. 견디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부모 세대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지게를 졌고, 어머니는 아이를 업고 일을 했다. 장터에 나가 물건을 팔고, 농사를 지으며 하루하루 가족의 끼니를 걱정했다.

자신보다 자식의 삶을 먼저 생각했다. 그렇게 한 세대가 살아냈다. 그리고 그들이 꿈꾸었던 내일이 오늘의 우리가 되었다.

Ⅲ. 풍요로운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잊고 사는가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따뜻한 집이 있고, 먹을 것이 있다. 자동차가 있고 스마트폰이 있다. 병원과 학교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다. 가난을 줄이고 생활을 편리하게 만든 것은 분명 우리가 이룬 큰 변화다.

그러나 오래된 영상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풍요로워졌지만 무엇인가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연락할 방법은 많아졌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은 줄었다. 물건은 넘쳐나지만 만족은 오래가지 않는다. 가진 것이 많아졌는데도 우리는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원한다.

부모 세대가 가난과 싸웠다면 지금 세대는 경쟁과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난했던 시절이 좋았다는 것도 아니다. 그 시절의 어려움을 미화해서도 안 된다.

다만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오늘의 풍요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지게를 졌고, 누군가는 아이를 업고 밭으로 나갔다. 누군가는 하루 종일 장터에서 일했다. 누군가는 자신의 꿈보다 자식의 미래를 먼저 생각했다.

그들의 땀과 희생 위에 오늘의 우리가 서 있다. 우리가 누리는 풍요를 당연한 것으로만 받아들이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Ⅳ. 70년 뒤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영상 속 아이들은 이제 대부분 부모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그들이 남긴 것은 오래된 영상 속 모습만이 아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삶 자체가 그들이 남긴 유산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세대의 차례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겨야 할까. 더 많은 돈과 더 큰 집만 남기면 되는 것일까. 더 좋은 자동차와 더 편리한 세상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우리의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마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어려운 시절에도 가족을 생각했던 마음,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냈던 책임감, 내일을 위해 오늘의 땀을 흘렸던 자세도 함께 남겨야 한다.

오늘 아침 외삼촌이 보내온 2분 25초짜리 영상은 짧았다. 하지만 영상이 던진 질문은 짧지 않았다. 70년 전 그 아이들이 꿈꾸었던 내일이 오늘의 우리가 되었다.

그렇다면 70년 뒤 아이들은 오늘의 우리를 어떻게 기억할까. 우리가 남기는 것은 결국 재산과 건물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 서로를 어떻게 대했는지, 어떤 세상을 만들었는지가 다음 세대의 기억이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 외삼촌이 보내온 짧은 영상 앞에서 한참을 생각했다.

우리는 무엇을 더 가져야 하는가보다,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가.

어쩌면 70년 전 그 아이들이 오늘의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큰 질문은 그것인지도 모른다.

- 어느 바닷가에서 -

  [동영상 사진: Made with VideoShow]



 

 

  [동영상 사진: Made with Video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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