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마지막 칼럼❺> 군수의 협상력과 민생지원금 30만 원

'민생지원금 논의'를 울진 '지방자치의 전환점'으로

엄두호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6/10/10 [17:58]

<연재 마지막 칼럼❺> 군수의 협상력과 민생지원금 30만 원

'민생지원금 논의'를 울진 '지방자치의 전환점'으로
엄두호 논설위원 | 입력 : 2026/10/10 [17:58]

Ⅰ. 30만 원을 넘어 생각해야 할 것

민생지원금 30만 원을 둘러싼 논의, 이제는 한 걸음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일을 통해 '울진의 지방자치가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하는 문제다.

지방자치(地方自治)는 군수가 결정하고 의회가 따라가는 제도가 아니다. 그렇다고 의회가 군수의 정책을 무조건 막는 제도도 아니다. 군수에게는 군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실행할 책임이 있다. 의회에는 그 정책을 살피고 예산을 심의하며,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을 책임이 있다.

두 기관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차이를 어떻게 다루느냐이다. 이번 민생지원금 논의가 ▲울진의 지방자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契機)가 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Ⅱ. 군수는 '정책의 책임'을 져야 한다

군수는 선거를 통해 군민에게 약속한 공약과 정책을 추진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공약이라고 해서 모든 정책이 자동(自動)으로 실행되는 것은 아니다. 재정이 필요하고, 법과 절차를 따라야 하며, 의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업도 많다.

따라서 군수에게 필요한 것은 의욕만이 아니다. 정책을 ❶설계하는 능력과 함께 ❷설명하고, ❸설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정책을 추진하다 문제가 드러났다면 ❹수정할 수도 있어야 한다. 처음의 계획과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도 군민에게 더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군수의 책임은 자신의 안(案)을 끝까지 지키는 데 있지 않다. ▲군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내는 데 있다.

그것이 추진력(推進力)과 협상력(協商力)이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Ⅲ. 의회는 '견제'를 넘어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

의회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의회는 군수의 정책을 그대로 받아주는 기관이 아니다. 예산이 적절한지, 정책 효과가 있는지, 다른 사업보다 우선할 필요가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삭감하거나 부결할 수도 있다. 그것은 의회의 권한이다.

하지만 ▲'좋은 견제(牽制)'는 반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왜 문제가 있는지 설명하고, 어떤 조건이라면 가능한지도 제시해야 한다. 재정 규모가 문제라면, 가능한 범위를 살펴볼 수 있다. 지급 방식이 문제라면, 다른 방식을 제안할 수 있다.

의회가 대안(代案)을 제시하면 군수도 그 기준에 맞춰 정책을 다시 설계할 수 있다. 그때 의회의 견제는 단순한 제동이 아니라, ▲'정책의 품질(品質)'을 높이는 힘이 된다.

의회의 존재 이유는 군수를 이기는 데 있지 않다. 군정이 군민을 위해 제대로 작동하도록 감시하고 보완하는 데 있다.

Ⅳ. 군수와 의회 사이에 '신뢰'가 필요하다

지방자치에서 모든 정책이 처음부터 합의될 수는 없다. 문제는 의견이 다르다는 사실이 아니다. 의견이 다를 때 상대를 어떤 존재로 보느냐이다. 군수가 의회를 단순한 걸림돌로 생각한다면, 협력은 어려워진다. 의회가 군수의 정책을 정치적 의도로만 바라본다면, 대화의 공간도 좁아진다.

서로의 권한을 인정하는 데서 신뢰(信賴)가 시작된다.

군수는 의회의 견제를 군정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정책을 검증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의회 역시 군수의 정책 추진을 모두 독주(獨走)로 규정하기보다, 군민에게 필요한 정책인지 내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신뢰가 있다고 해서 의견이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의견이 달라도 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지방자치라야 갈등(葛藤)도 ▲'생산적인 논쟁(論爭)'이 될 수 있다.

Ⅴ. 이번 일을 울진의 정치문화로 남기자

민생지원금 30만 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형태로 결정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 논의가 남길 수 있는 것은 돈의 액수만이 아니다.

군수는 정책을 추진할 때 더 많이 준비하고, 더 깊이 설명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의회는 견제하면서도 대안을 제시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 군민은 그 과정을 지켜보며 어느 쪽이 군민의 삶을 위해 더 책임 있게 행동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이것이 지방자치의 본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군수와 의회가 항상 같은 목소리를 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서로 다른 목소리가 있어야 정책을 다시 살펴볼 수 있다. 다만 그 목소리는 ▲'군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정책에는 날카롭게 질문하되, 사람에게는 따뜻해야 한다.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상대의 권한과 인격은 존중해야 한다.

민생지원금 30만 원을 둘러싼 이번 논의가 그런 지방자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군수는 책임 있게 추진하고, 설명하며 설득해야 한다. 의회는 책임 있게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서로 다른 의견은 대화와 협상으로 조정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낸 결과라면 30만 원이라는 숫자보다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울진의 지방자치는 이제 한 단계 더 성숙해질 수 있다. 이번 민생지원금 논의를 그 출발점으로 삼았으면 한다.

- 어느 바닷가에서 -

 

  ▲ 엄두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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