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나는 명나라 고계의 한시를 다시 감상해 본다. 위정자의 비위를 건드려 허리가 잘리는 형벌을 받았다는 선비의 시를 되새겨 본다. 이 시에는 권력자에 대한 반감을 찾아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너무도 봄날에 일어난 산불 같은 시다.
심호은군(尋胡隱君)
도수부도수(渡水復渡水)
간화환간화(看花還看花)
춘풍강상로(春風江上路)
불각도군가(不覺到君家)
명나라 고계(高啓)
<호은군을 찿아서
물을 건너 다시 또 물을 건너
꽃을 보며 다시 또 꽃을 보며
봄바람 부는 강가의 길을 걷다가
모르는 새에 그대의 집에 다다랐네>
원나라 말기와 명나라 초기를 살았던 시인이다. 명나라 때 공직 생활을 했으나 얼마 되지않아 벼슬을 버리고 강남 전원에서 자연인으로 살았다. 위의 시는 <고청구시집>에 실려 있지만 맑고 밝은 그의 시심이 잘 들어나 있는 시다. 그는 남경의 산수를 즐기며 주옥 같은 글을 남겼다. 그러나 그가 지은 시문이 명 태조 주원장의 비위를 거스렸다는 이유로 수도로 끌려가 허리가 잘리는 형벌을 받고 39에 죽었다. 태조의 호색을 풍자한 제화견에 보면 "개## 새로 자라난 꼬리 흔들어 대고(狗兒初長尾이耳)"로 시작하는 시가 있다. 권력을 비웃다가 처형된 것이다.
고계가 지은 위의 한시는 봄날에 물을 건너고 꽃을 보면서 걸어 가다가 보고싶은 그대의 집에 자신도 모르게 당도했다는 이야기지만 독자는 시를 읽으면서 어느새 시속의 주인공이 되어 강을 건너고 꽃을 보며 그대의 집으로 가고 있게 된다. 시인이 그려놓은 시적 풍경에 빠지고 만다. 바라보는 자가 아닌 그곳에 있는자가 되게 한다.
봄은 그리움의 계절 사랑이 꽃처럼 피어나는 시절이다. 보고싶은 사람을 찾아 길을 떠나고 싶은 때이다. 꽃이 피고 있는 들과 은빛을 반짝이며 흐르는 냇물을 바라보며 길을 걷는 외로운 나그네에게 만나고 싶은 그대가 있다면 큰 행복이다. 봄에는 여자가 도망가고 가을에는 남자가 도망간다는 말이 있다. 속세를 버리고 자연으로 가고 싶은 계절이다. 허위를 벗어버리고 본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나에게 손짓을 한다.
자신도 모르게 도달한 그 집에서 만난 사람이 친구일 수도 애인일 수도 있다. 친구의 집이 였다면 그 찬란한 봄날 친구의 집에서 술과 노래로 봄 밤을 지새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애인의 집이였다면 더욱 의미있는 봄 밤을 보냈을가 아니면 나를 왜 이제 찾아왔느냐고 그 집에서 쫓겨났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 시는 숨어있는 은둔자를 찾아 간다는 제목의 시다. 속세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은 은거하는 은자를 동경한다. 세상을 버리고 산속에 들어간 후 아직까지 소식 한번 없는 나의 친구를 찾아 모든 것 다 버리고 찾아 가고 싶다.
이 시가 한 깨달음을 주었다. 이 시에는 그대의 집에 도달한 후에 일어난 일보다 그대의 집을 향해 가는 도중이 더 아름답다. 목적지 보다 과정이 더 감동적이다. 그대의 집으로 가는 도중이 절정이다. 곧 과거가 되고 말 오늘의 뜻깊은 감동 때문에 과거도 미래도 잊을 수 있는 오늘을 살 수 있다면 고독과 허무도 초월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여기 나는 그런 과정에 빠져 있는가. 나는 절정에 있는가. 그런 현재적 나인가 -
- 이동한 헌정회(憲政會) 편집주간, 언론학 박사,
- 현, 전국안전신문 논설위원,
- ♦이동한 DM(dream making)리더십포럼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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