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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장》바람과 놀게 해다오
기사입력: 2022/10/14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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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상 뜨면 풍장 시켜 다오/섭섭하지 않게/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손목에 달아 놓고/아주 춥지는 않게/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군산에 가서/검색이 심하면/곰소 쯤에 가서/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가방속에서 다리 오그리고/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잠시 정신을 잃고/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손목시계 부서질 때/남몰래 시간을 떨어트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튕기는 씨들을/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살을 말리게 해다오/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 조각도/바람 속에 빛나게 해다오//바람 이불처럼 덮고/화장도 해탈도 없이/이불 여미 듯 바람을 여미고/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바람과 놀게 해 다오" 시인 황동규의 연작시로 풍장(風葬)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시인은 1982년 '풍장1'을 현대문학에 처음 발표한 후 14년이 지난 1995년에 '풍장70'을 같은 잡지에 발표해 마무리 했다.

 

풍장은 시신을 지상에 노출시켜 자연히 소멸되도록 하는 장례법이다. 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장례법에는 토장(土葬), 화장(火葬), 수장(水葬), 수상장(樹上葬), 조장(鳥葬) 등이 있다. 풍장도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었다. 풍장은 시체를 지상이나 나무위, 암반 등과 같은 곳에 자연상태로 유기하여 비바람을 맞아 부패되게 하여 자연적으로 소멸시킨다. 풍장의 이면에는 사령을 천계나 저승으로 장송하는 데 보다 유리한 방법이라는 인간관 내지는 영혼관 자연관이 내재돼 있다. 

 

복장제나 이중장제는 1차 가장으로 시체를 완전히 썩여가지고 탈육된 유골을 2차 본장을 치른다. 풍장은 1차 가장과 비슷하나 풍장은 시체를 자연 상태에서 영원히 방치하여 버린다는 점에서 복장제와 다르다. 삼국유사나 위지 등에 사체를 나무위나 산, 암반위에 두었다는 기록이 있고 서해안 도서지방에 마마에 걸려 죽은 아이를 짚으로 짜서 나무위에 높이 메달아 두고 방치했다는 내용이 전래되고 있다. 

 

 

풍장을 하는 이유는 죽은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보내기 위한 좋은 방법, 특정한 시기에 장례를 치르기 위해 땅을 파면 재수가 없다. 살은 더러우므로 살을 묻으면 땅이 더려워 진다는 등의 민속적인 믿음 때문이 였다. 황동규 시인은 '소나기'로 유명한 황순원 소설가의  아들이다. 서울대 영문과 교수를 역임했다. 시인은 젊은 나이에 바람에 맡겨 한 평생 자연에서 살아온 시신을 자연스럽게 자연의 일 부분으로 돌아가게 하는 풍장을 생각하고 풍장 연작시를 지었다. 

 

시인은 우주적 생명의 순환 원리를 일찍 통찰하고 있다. 삶과 죽음이 서로 연결된 자연의 순리를 통달하면서 풍장을 예찬했다. 비바람 속에서 구름처럼 떠돌며 살다가 이세상을 떠날 때도 비바람에 자신을 맡기는 선택을 하는 것이 풍장이다. 시인은 삶과 죽음을 뛰어 넘고 이승과 저승을 초월할 수 있게 된 초인이 됐다. 황동규 시인의 '연옥의 봄 4' 시에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더 구체적인 바램을 표현했다. 

 

"휴대폰 주머니에 넣은 채 갈거다./마음 데리고 다닌 세상 곳곳에 널어두었던 추억들/ 생각 나는 데로 거둬 들고 갈거다./개벌에서 결사적으로 손가락에 메달렸던 게/ 그 조그맣고 예리했던 아품 되살려 갖고 갈거다./대낮이다 밥집으로 갈까?/꽃은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는데/ 떨어지는 높이가 낮을 수록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흙이 아니고 아스팔트면?/ 피곤한 아스팔트 같은 삶의 피부에/ 비천상 하나 새기다./퍼뜩 정신 들어 손털고 일어나 갈 거다" 

 

시인은 나이 들어 노인이 되기 전에 삶과 죽음을 깊이 생각했다. 그 사색이 그가 지은 시의 뿌리와 줄기가 되고 그의 시를 물 들였다. 누구나 죽음을 한번은 맞이 해야 한다. 그 종말을 향해 자신을 속절없이 이끌고 가는 시간이라는 독재자에 저항해 보지만 별 도리가 없다. 시간을 이길 수 없으면 굴종하는 것 보다 친구 아니면 종으로 삼아야 한다. 시간이 나를 따라 오도록 하거나 시간을 초월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풍장이라는 장례법에 시간을 뛰어넘는 초월의 원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 이동한 헌정회(憲政會) 편집주간,

- 현, 전국안전신문 논설위원,

- ♦이동한 DM(dream making)리더십포럼이사장, 전 세계일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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